가제트와 브레인
이영훈


「형사 가제트」라는 만화 영화가 있다.
독수리 5형제나 마징가 Z처럼 슈퍼 파워능력을 지녔긴 한데
우습게도 사건은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주인공이다.
오히려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골치덩이리이다.
“나와라 만능팔!”, “나와라 만능다리!” 하면 팔도 길어지고 다리도 길어지고 목도 길어져
구름까지 닿기도 한다.
바바리 코트에 폼나는 외모를 하고 다니니 모두들 그가 아주 유능한 형사라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 그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그의 곁에는 브레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가 있다.
그 개는 그 이름에 걸맞게 늘 가제트보다 한발 먼저 머리써서 해결해 놓는다.
그 다음에 더 늦게 가제트 형사가 나타나 사람들의 주목과 박수를 받는다.
사건은 브레인이 해결하고 영광은 가제트가 받는다.
더욱 재밌는 것은 가제트조차 자신이 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늘 자신이 유능한 형사라고 생각하며 우쭐해 한다.

우리도 지혜가 부족하여 못하기도 하고, 어리석어 모르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면서 내 힘으론 할 수 없는 것들이
어느덧 되어지고 멀쩡히 건강하게 잘 보내는 자신을 대견해 할 때도 있다.
사실 우리는 어리석고, 번번이 문제만 일으키는 가제트 같은 존재인데
다만 누군가 내 앞에 미리 가서 안전한 길을 열어 놓은 덕에 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제트처럼 우쭐해하고 사람들로부터 칭찬받고 영광받기를 즐기고 있다.

나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 - 사람들은 모른다. 나만 안다. 아니 나도 잘 모를 때가 많다.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주님이 안 계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
주님이 안 계시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주님이 안 계시면 내겐 불가능한 일들을 혼자 져야 한다는 사실,
그래도 우린 감사할 때보다 우쭐댈 때가 더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