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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포일리의 봄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428
등록일시 : 200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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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건너편 구치소의 담벼락이 눈부시다 갇힌 자들은 울타리 밖이 자유라고 여기겠지만 이미 울타리로는 죄와 무죄를 가를 수 없는 시절은 나른한 봄 거대한 성당에서 꽃같은 신도들이 몰려나오고 메마른 운동장 아이들의 공놀이 속으로 잠시 넋을 잃고 빨려 든다 저 애들의 기쁨은 공을 냅다 질러 차는 데 있고 때론 공이 이웃집 창을 두들겨 깨뜨리기도 하지만 공이 제 자유를 찾아 날아간 것이므로 공의 주권은 아이들에게 있지 않고 공 자신에게 있어서 이웃집 아저씨의 무차별 보복 끝에 걸레처럼 찢어져 돌아온다 아이들의 슬픔은 공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또 다른 공을 사야 한다는 데 있다 죄는 공에게만 있는 것이다 죄는 이것을 지켜보고 앉아 있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더더욱 없는 것일까? 이 봄에 누가 죄인인가? 구치소 담벼락을 쳐다보며 눈부신 상념에 나는 더 이상 젖지 않는다 기쁨도 슬픔도 산 속에 묻힌 맑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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